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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제어못하는 성 중독자를 위한 ‘S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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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구소 작성일12-10-18 01:20 조회1,7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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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아이즈]신동립의 잡기노트-스스로 제어못하는 성 중독자를 위한 ‘SAA’
| 기사입력 2012-07-30 14:55   
 
【서울=뉴시스】 돈 주앙은 왕국의 공주부터 귀족부인과 시녀, 집시처녀, 수녀에 이르기까지 ‘아무 여자’하고나 관계했다고 전해진다.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졌다. 그리고 악마 앞에서 여자 1003명을 정복했노라고 자랑했다. 그러자 악마는 그 중 한 명이라도 이름을 대면 풀어주겠다고 했다. 돈 주앙은 답을 못했다.

심리학 기고가 롤프 데겐은 “오르가슴은 가장 완벽한 행복이요, 감각적 희열의 최고 절정이다. 그것은 생명의 승리로서, 인간이라는 종에게 불멸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어준다”고 예찬했다. 그러나 오르가슴 역시 과유불급이다. 지나치면 병, 성중독증이다.

성에 중독된 여자가 있다. 틈만 나면 낯선 남자를 찾아 헤맨다. 침대 위에서 남자와 뒹구는 것이 최대의 즐거움인양 느껴진다. 모르는 남자와 하룻밤을 지낸 후 그 남자를 보내야 할 때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기라도 하는 듯하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한 남자와 헤어지자마자 또 다른 남자를 찾아야 한다. 하루에 남자 2~3명을 만나는 일도 잦다. 유독 주말이면 남자를 만나 술을 마시고 그 남자와 성적 행위를 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그렇다고 성중독이란 의심은 깊이 하지 않는다. 그저 남자가 없으면 못사는 여자 정도로 자신을 정의하고 자책할 따름이다. 주변인들에게 이런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순진한 척 이중생활도 한다.

성에 중독된 어느 남자는 결혼 초 아내에게 성병을 옮긴다. 이후에도 음주와 함께 상습적으로 성중독 행위를 한다. 정신병자라면 모든 것을 면피할 수 있으련만, 그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쾌락을 좇을 뿐이다.

이처럼 성중독자는 스스로를 관리하고 제어할 능력이 없다. 관계 상실, 직장에서의 어려움, 법적 구속, 재정난을 달고 산다. 성이 아닌 것에는 흥미가 없고 자존감은 진작 구겨졌다. 절망감이 고통스럽기만 하다.

이런 남녀를 위한 것이 ‘익명의 성중독자 모임’(SAA; Sex Addicts Anonymous)이다. ‘섹스를 끊겠다는 바람’만 확실하면 입회할 수 있다. 회원이 되면 12단계 회복 프로그램을 거치게 된다.

SAA 멤버들의 가입 전 행태는 다양하다. TV보며 자위하기, 성기노출, 일종의 거래관계로 이뤄지는 대가성 섹스, 아동 성학대나 근친상간, 매매춘, 불륜 따위에 익숙하다. SAA는 특히 ‘모르는 사람과의 성관계’ 방지와 관련, 4가지 처방을 제시한다. 낯선 사람을 섹스파트너로 골랐던 장소에서 멀어지기, 성적 관계를 맺기까지 걸린 기간 파악하기, 성적 환상을 부추기는 로맨스 소설이나 광고 또는 기사 읽지 않기, 성충동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벗어나기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속옷 입기, 몸을 쉽게 드러낼 수 있는 옷은 입지 않기, 섹스와 연관된 돈이나 선물이나 데이트를 수용하지 않기, 연애할 때 재정적으로 의존하지 않기, 아는 이들 중 성적으로 매력적이라고 여겨지는 사람과는 친밀하게 대화하지 않기, 매혹적으로 행동하지 않기도 필요하다.

서울중독심리연구소 김형근 소장은 “성중독은 사랑을 받지 못해 생긴 병”이라고 진단한다. 마음의 사랑을 받지 못한 탓 몸부림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부모의 사랑이 없으면 성중독에 빠질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학대, 비난, 혼자 오래두기, 무표정, 잦은 부부싸움, 지속되는 별거, 이혼, 병 때문에 자녀와 놀지 못할 때, 성적 노출이나 신체적 자극을 너무 일찍 경험했을 때, 부모의 사망 뒤 누구하고도 그 슬픔을 나눌 수 없을 때”를 지목한다.

성중독자에게 섹스란 사랑과 무관한 행위다. 오로지 성교일 뿐이다. 사회가 수용 불가한 현상인 셈이다. 그래도 중독은 악행이 아니다. 뇌의 질환에 가깝다. 뇌생리학적으로 시상 하부와 편도핵 등이 속한 변연계에 이상이 생기면 중독이 온다. 특히 도파민, 베타엔도르핀, 엔케팔렌 등 쾌락과 진통을 맡는 물질이 나오는 뇌의 쾌락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많다는 과학에서 위안을 찾아봄 직하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무책임을 성중독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 조력자 SAA의 존재를 알았다는 사실 자체가 희망일 수 있다.

문화부장 reap@newsis.com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288호(7월31일~8월6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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