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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이론

W.Ronald D Fairbairn(1889-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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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거듭남 작성일06-04-16 21:00 조회4,1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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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베언은 프로이트의 이론을 완전히 이해하려는 강렬한 학문적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연구를 시작하였다. 에딘버그 대학에서 의대생 강의 세미나를 위해 준비한 노트를 연구해 보면 그의 이해가 점차 진보하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다(D. Sharff and Birtles, 1994). 이러한 초기 강의에 관한 작업을 통해 그는 프로이트의 이론적 구조에 관한 일련의 질문을 제기하였으며, 1940년대에 자신의 이론을 형성하고 자신의 새로운 이론적 견지에서 몇 가지 반기를 들 때까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충분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최근에야 출판된 후기의 논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프로이트와 자신의 차이점과 그 이유에 관해 완전히 설명할 수 있었다(D. Sharff and Birtles, 1994). 한편, 1927년에 쓰인 초기의 임상 보고에서 페어베언은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환자의 관계가 핵심적인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였지만, 이러한 관점과 표준적인 프로이트 학파의 관점을 구분해 줄 수 있는 이론적인 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페어베언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스코트랜드에서 런던의 학풍과 클라인과 그녀의 학파의 연구를 가깝게 쫓고 있었다. 그는 클라인 학파의 논문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는데, 엄마와의 관계에서 유아의 경험에 관한 클라인 학파의 강조가 자신의 생각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의 글 쓰기가 진전됨에 따라 그녀의 생각을 많이 흡수하였으며, 이러한 점은 1936년에 출간된 예술심리학에 관한 두 편의 논문에서 대상, 상징주의, 상징적 회복에 관한 클라인의 사고를 여과 없이 무비판적으로 적용하고 있는데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러나 대개는 비판 없이 그녀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분열과 억압

예술 심리학에 관한 논문 몇 해 뒤에 나온 "성격의 분열성 요소(Schizoid Factors in the Personality)"라는 최초의 독창적인 이론적 논문(1940)에서 페어베언은 정상적인 발달과정과 정신병리에서 나타나는 자아의 분열과정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개략적으로 설명하면서, 이러한 과정은 클라인이 기술한 "우울적 자리" 이전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제안하였다. 우울적 자리에서 유아는 엄마를 통합된 개인으로 인식할 수 있고, 양가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며, 엄마에 대해 분리된 개인으로서 배려할 수 있다. 한편, 클라인 역시 유아가 초기에 대상을 분열시키고 공격성을 투사해서 불안을 방어하는 시기를 지칭하기 위해 편집적 자리라고 부른 보다 초기의 단계에 관해 기술하였다. 자아의 분열에 관한 페어베언의 논문을 읽은 클라인은 그의 견해에 동의하여 이러한 초기의 편집적 상태를 편집-분열적 자리로 고쳐 불렀다. 이러한 이름은 분열과 투사가 짝을 이루는 이 초기 자리를 좀더 온전하게 나타내는 명칭이다. 따라서 두 이론가는 모두 관계에서의 고통에 대한 초기의 근본적인 정신적 방어로 대상의 분열이 나타난다고 본다. 그러나 클라인은 대상의 분열을 강조한 반면 페어베언은 자아의 분열에 더 관심을 두었다.
페어베언의 관점과 클라인의 관점에서 상이한 강조점이 벌써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클라인은 대상에 대한 투사와 분열에서 유아가 담당하는 역할을 강조하였다. 그녀는 유아가 불쾌한 경험과 정서를 그 순간에 전적으로 나쁘다고 지각되는 어머니 속에 놓아둠으로 자기 바깥으로 내몰려고 한다고 생각하였다. 페어베언은 자기의 분열을 강조하였다. 그는 유아가 이러한 불쾌한 경험과 정서를 자기 안으로 들여서 그것을 대상과 부차적인 자아의 형태로 주요 중심 자기로부터 분열시킴으로 처리하고, 이렇게 해서 그것을 무의식 속에 묻어버린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페어베언은 클라인이 욕동과 현실 사이의 근본적인 연결로서 가정한 "무의식적 환상(unconscious phantasy)"이라는 개념은 "내적 대상(internal object)"이라는 자신이 제안한 보다 유용한 개념으로 대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무의식적 환상은 내적 대상의 한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환상은 내재화되어야할 필요성에 따라 경험을 투여하는 자아의 활동으로, 이러한 점에서 내적 대상은 자기 내부로부터 생성되며, 미래의 경험에 그 영향을 끼쳐서 외부 대상에 대한 지각을 결정하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외부 대상의 변형에 대한 무의식적인 환상을 창조한다. 페어베언의 관점은 논리적으로 일리가 있는 것으로 계속 받아들여지지만, "내적 대상"이라는 대응 개념과 나란히 "무의식적 환상"이라는 용어가 생명력을 유지하며 자주 사용되어 왔다. 우리는 환상(fantasy; 미국식 표기)이라는 단어를 클라인과 페어베언이 구분하였던 것처럼 구분하지 않고 의식적인 환상과 무의식적인 환상,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내적 대상들의 활동을 가리키는데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페어베언은 1944년에 출간된 심리내적 구조에 관한 그의 논문에서 정신분석 이론에 대해 근본적으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였다. 이 논문에서 유아는 태어날 때부터 관계형성을 향한 근본적인 욕구에 의해 추동되며, 엄마와의 관계라는 맥락에서 모든 발달이 일어나고 의미를 얻게 된다고 말하였다. 우리는 여기서 나중에 위니캇이 말한 엄마 없는 아기란 없다라는 좀더 도발적인 생각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페어베언의 이론에서 엄마와의 관계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망에 대한 첫 번째 방어는 실제로 있었던 혹은 상상되어진 엄마의 거절로 인한 실망을 통제하려는 시도로서 엄마와의 경험을 내적인 대상으로 함입하는 것인데, 그 결과 유아는 내재화된 거절하는 대상을 짊어지게 된다. 대상과 그와 관련된 고통스러운 측면을 다루기 위해 유아가 사용하는 두 번째 방어는 대상이 지닌 고통스럽게 흥분시키는 부분이나 거부하는 부분을 분열시켜서 무의식 속으로 억압하는 것으로, 이렇게 해서 비교적 덜 방해를 받게된 중심 자아는 외부세계와 어느 정도 합리적인 방식으로 관계할 수 있게 된다. 대상이 수용할 수 있는 요소와 흥분시키는 요소, 거부하는 요소로 분열됨에 따라 자아의 부분 역시 분열된다: 대상과 관련된 자아 없이 대상을 생각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대상의 각 부분(혹은 부분-대상)은 부분-자아 혹은 자기의 부분이 관련된 정서에 따라 부분 대상과 관련 가운데 있을 것을 요구한다.
페어베언은 후기의 오이디푸스 발달단계에서 이성 부모에게 애정을 느끼는 현상을 설명할 때도 분열기제에 근거하여 설명하였다. 그는 오이디푸스시기에 어머니와 아버지 두 사람과 양가적인 관계를 경험함으로 자극받는 아동에 의해서 내적인 구조가 재구성된다고 생각했다. 아동은 대상을 분열시키는 익숙한 기법을 통해 이러한 복잡한 상황을 조직화하고, 단순화하려고 하는데, 이러한 경우에 성별에 따라 조직화함으로 한 부모를 좋은 대상으로, 다른 부모를 나쁜 대상으로 만든다. 한편, 클라인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훨씬 이전에 시작된다고 주장하였는데, 유아는 자신이 배제된 부모의 성교에 관한 생래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부모 쌍에 대해 분노하고 시기한다는데 그 근거를 두었다.
1944년의 심리내적 구조에 관한 그의 논문을 통해 페어베언의 핵심적인 관점을 볼 수 있다. 요약하면, 유아는 대상세계와의 경험을 받아들일 준비를 가지고 태어나며(현대 유아 연구자들이 말하는 바처럼 생래적으로 짜여진(hard-wired)) 이러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생물학적 준비성이 인간 경험의 중심적인 사실이라고 주장하였다.
페어베언의 모델에서는 내적 세계가 외부 세계에 대한 내재화된 경험에 의해 조직화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단순히 외부세계를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내적 세계를 형성하면서 점차 정신 자체의 입력이 증가된다는 사실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의 심성 모델은 전 발달단계에 걸쳐서 외부의 영향과 내적인 구조가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모델이다. 이러한 균형감각으로 인해 그의 모델은 가장 융통성 있는 모델이 되었고, 발달을 결정하고 수정하는 외부 현실과 내적 세력이라는 두 영향력을 총체적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를테면 페어베언의 모델에서는 신체적 학대나 성적인 학대와 같은 외상의 총체적인 힘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으면서, 그와 동시에 아동의 외부경험에 대한 내적인 왜곡과 수정을 풍부하고 정교하게 묘사할 수 있다. 페어베언의 모델을 심리 발달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의 중심에 놓을 수 있는 근거는 바로 이러한 융통성 때문이다.

페어베언은 그가 죽던 해인 1963년에 국제 정신분석 학술지(International Journal of Psycho-Analysis)에 실은 논문에서 자신의 이론적 진술을 단 한 페이지로 요약하였다. 치밀한 논리적 사고와 간결한 철학적 공식화로 일관한 논문이었다. 이러한 까닭에, 그 내용을 다이어그램에 담아서 그의 이론의 주요 측면들을 그림을 통해 생각해 볼 수 있으며, 나중에 클라인이나 위니캇과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페어베언 이론에서의 심리내적 상태

중심자아와 대상관계 체계

중심자아와 이상적인 대상은 정신기능의 비교적 의식적이고 합리적인 측면을 구성하는데, 자유롭게 외부 세계와 관계하면서 경험을 통해 배우며, 만족스럽고 희망에 찬 정서가 특징적이다. 나쁜 내적 대상관계(이것들이 나쁜 대상관계인 것은 부모와의 고통스러운 상호작용을 내재화한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는 중심자아에서 분열되고 중심자아에 의해 억압된다. 이러한 일이 있을 때마다 분열되고 억압된 대상 및 이와 연합되어 있는 정서와의 관계 가운데 자아의 한 측면이 분열된다. 중심 자아 및 대상관계 체계는 학습, 사고, 감정 통제, 타인과의 관계 형성, 그리고 덜 기능적인 대상관계 체계를 억압하는 일을 담당한다.

거절하는 대상관계 체계

좌절을 주거나 거절하는 대상은 욕구를 거절한다고 느꼈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의 흔적으로, 페어베언은 여기에 부착되어 있는 자아 요소를 처음에는 내면의 파괴자(internal saboteur)라고 불렀다(그림 3-2). 나중에는 이러한 하위단위의 자아를 반리비도적 자아라고 불렀다. 이들은 함께 거절하는 대상관계 체계를 형성한다.

흥분시키는 대상관계 체계

고통과 연합되어 있는 다른 어머니 상은 지나치게 욕구를 흥분시키는 어머니, 곧 흥분시키는 대상이다. 이와 연합되는 부분 자아를 페어베언은 리비도적 자아라고 불렀다. 흥분시키는 대상과 리비도적 자아는 갈망이나 열망과 같은 정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들은 함께 흥분시키는 대상관계 체계를 형성한다. 중심 자아가 고통스러운 인식을 회피하기 위해 이러한 체계를 억압하는 반면 반리비도적 자아가 충족되지 못하는 고통스런 갈망을 회피하기 위해 리비도적 자아와 흥분시키는 대상에 대해 수행하는 이차적인 억압 또한 존재한다.
내적 구조의 상호작용 가운데 이러한 억압 기제를 기술하면서 페어베언은 역동적인 내적 대상관계의 첫 사례를 소개하였다. 우리는 이제 전 방향에서 역동적인 특성이 작용한다고 이해하게 되었는데, 따라서 어떤 사람이 거절을 경험하는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지나치게 부드러운 태도를 취하는 상황에서와 같이, 리비도적 자아도 동일하게 반리비도적 자아 및 대상을 억압할 수 있고, 실제로 억압한다. 요컨대, 자기와 대상간의 내적인 관계가 역동적인 흐름에 지배를 받는다. 건강한 상황에서 내적 대상관계는 환경과 개방적인 교환가운데 있다. 병리적인 상황에서만 하나의 혹은 그 이상의 정적인 상태로 얼어붙게 되어, 고착되고 폐쇄된 내적 체계를 형성한다.
페어베언의 이론은 병리에 대한 설명 모델뿐만 아니라 일반심리학과 자기의 발달에 대한 모델로서 사용되었다. 이 모델이 이런 식으로 사용될 때 리비도 체계와 반리비도적 체계는 건강한 상태와 병적인 상태와 모두 관련되는 세력을 나타낸다는 점을 고려해야만 한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리비도적 자아는 쾌락을 주고 집착하게 하면서 대상으로 이끄는 자기의 일부이며, 반리비도적 자아는 분노하며 거절을 표현하기도 하고 관계라는 맥락 내에서 자율성을 추구하면서 대상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자기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대상을 추구하기와 자율성을 유지하기는 관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성이며, 이러한 경향성이 지나친 경우에만 병리와 관련된다. 흥분시키는 대상과 거절하는 대상 역시 내적 대상 세력의 경향성을 나타내며, 그 정도가 지나친 대상만 병리적인 대상을 나타낸다. 자기의 모든 측면 - 자아와 대상, 내재화된 중심 대상관계와 내재화된 억압된 대상관계 - 은 서로 역동적인 내적 관계 가운데 있으며, 이러한 역동은 외부 대상관계에 영향을 주고 또 외부 대상관계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그림 3-2에서 볼 수 있듯이, 리비도적 체계와 반리비도적 체계가 발달과 병리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보여주기 위해 페어베언 이론에 대한 다이어그램을 수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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